홈 › 블로그 › 2026 노벨 물리학상

2026 노벨 물리학상 — 남극 얼음 1세제곱킬로미터가 망원경이 됐다, 프랜시스 할젠과 아이스큐브

· 매거진 · 글:

10월 6일 스톡홀름, 2026 노벨 물리학상은 한 사람에게 돌아갔습니다. 벨기에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 프랜시스 할젠(Francis Halzen, 82). 공적은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 대한 결정적 기여와 우주에서 온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발견」입니다. 남극점 얼음 속 1세제곱킬로미터를 통째로 망원경으로 만든 사람입니다.

극야의 남극 얼음 벌판 위에 홀로 선 연구 건물과 녹색 오로라

남극점의 극야를 그린 이미지입니다(실제 관측소 사진 아님). 망원경은 이 건물 아래, 얼음 속 1.5~2.5킬로미터 깊이에 있습니다.

10월 6일, 34년 만의 단독 수상

노벨 물리학상은 보통 두세 명이 나눠 받습니다. 한 사람이 혼자 받은 것은 1992년 조르주 샤르파크 이후 처음입니다(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상금 1,2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20만 달러)도 나누지 않습니다(AP·PBS).

노벨위원회 위원장 마크 피어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의 끈기와 과학적 비전이 새로운 종류의 천문학으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할젠은 이탈리아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큰 놀라움이었고,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는 첫마디 뒤에 그는 공을 돌렸습니다. "이 위대한 공동 연구가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을 마침내 전하게 되어 큰 안도감을 느낍니다"(아이스큐브 공식 발표).

얼음 1세제곱킬로미터에 센서 5,160개

중성미자는 「유령 입자」로 불립니다. 전하가 없고 질량은 거의 0이라, 지구를 통째로 지나가도 대부분 아무것과도 부딪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주변처럼 격렬한 곳에서 태어난 중성미자는 방향도 에너지도 잃지 않은 채 지구에 도착합니다. 잡기만 하면, 그곳의 소식을 그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잡기만 하면」입니다. 아주 드물게 중성미자가 물 분자와 부딪히면 푸른 빛이 번쩍입니다. 이 번쩍임을 보려면 투명한 물질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할젠은 1980년대 후반, 남극점의 얼음이 그 물질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수천 년 눌린 빙하 얼음은 기포가 거의 없어 유리처럼 맑습니다.

빙하 얼음 속으로 내려간 케이블과 구형 센서, 푸른 빛줄기

얼음 속 센서와 푸른 번쩍임을 그린 이미지입니다(실제 사진 아님).

아이스큐브의 숫자는 이렇습니다(아이스큐브·위키백과).

실패할 수도 있는 도박이었습니다. 우주의 중성미자 원천이 이 장비로 보일 만큼 밝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물리학회의 조너선 배거는 이번 수상을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증거"라고 불렀습니다.

2013년, 버트와 어니

완공 3년 뒤인 2013년 11월, 아이스큐브는 태양계 밖에서 온 고에너지 중성미자 28개를 보고했습니다. 그중 에너지가 가장 큰 둘에는 「버트」와 「어니」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물리학자들이 수십 년 기다린 「중성미자 천문학」이 이때 시작됐습니다.

중성미자는 노벨 물리학상의 단골입니다. 1995년(검출), 2002년(태양·초신성 중성미자), 2015년(중성미자 진동)에 이어 또 한 번입니다. 앞선 상들이 「중성미자가 무엇인가」였다면, 이번은 「중성미자로 무엇을 보는가」입니다.

450명이 만든 한 사람의 상

할젠은 1944년 벨기에 티넌에서 태어나 뢰번 가톨릭대에서 박사를 받았고, 1972년부터 위스콘신대 매디슨에 있습니다. 2001년부터 아이스큐브의 책임연구자입니다(위키백과).

아이스큐브 공동 연구단은 14개국 58개 기관, 450명이 넘습니다. 그 안에 한국의 성균관대와 중앙대도 있습니다(아이스큐브 참여 기관). 단독 수상이지만 한 사람의 상은 아니라는 말이, 수상자 본인에게서 먼저 나온 이유입니다.

다음 계획은 이미 얼음 속에 있습니다. 올해 2월 센서 줄 5개와 새 센서 600여 개를 더한 「아이스큐브 업그레이드」가 설치됐고, 첫 데이터는 올해 안에 나옵니다. 그다음은 부피를 8배로 키우는 「아이스큐브 2세대」인데, 아직 미국 연방 승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돈이 변수입니다. 미국 행정부의 2027 회계연도 예산안은 국립과학재단(NSF) 전체 예산을 54% 줄이자고 제안했고(AIP), 아이스큐브 몫도 절반으로 깎는 안이 담겼다는 보도가 있습니다(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할젠의 수상 소감 마지막 문장은 그래서 이랬습니다. "지금 제안서를 쓰고 있는데, 이 상이 승인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주 노벨 주간

5일 생리의학상은 빛으로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광유전학」의 카를 다이서로스·페터 헤게만·게오르크 나겔에게, 7일 화학상은 분자의 「왼손·오른손」 중 한쪽만 만들어지는 원리를 밝힌 앙리 카강·소아이 겐소에게 돌아갔습니다(케미스트리 월드). 문학상은 8일 저녁 8시(한국시간), 평화상은 9일, 경제학상은 12일 발표됩니다(노벨재단 일정).

남극의 얼음은 지금도 1초에 수천 번씩 번쩍이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대기에서 생긴 잡음이고, 아주 가끔 수십억 광년 밖에서 온 편지가 섞여 있습니다. 그 편지를 읽겠다고 얼음에 구멍을 뚫은 지 34년, 82살의 할젠은 아직도 다음 구멍의 제안서를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