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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메커니컬 터크 21년 만에 종료 — AI를 길러낸 '기계 속 사람들'의 퇴장

· 매거진 · 글:

2026년 9월 30일, 웹사이트 하나가 조용히 문을 닫습니다.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 이름도 낯선 이 플랫폼은 21년 동안 사람이 기계인 척 일해 온 곳이었고, 우리가 매일 쓰는 AI는 사실 이곳에서 몇 센트씩 받고 일한 수십만 명의 손끝에서 자랐습니다. AI가 세상을 삼키는 해에, AI를 길러낸 인간 노동의 시장이 먼저 퇴장합니다.

250년 전, 체스 두는 기계의 비밀

이야기는 1770년 빈에서 시작합니다. 헝가리의 발명가 볼프강 폰 켐펠렌이 '스스로 체스를 두는 기계'를 선보였습니다. 터번을 두른 목각 인형이 체스판 앞에 앉아 사람을 이기는 이 기계는 '터크(The Turk)'라 불리며 유럽을 순회했고, 나폴레옹과 벤저민 프랭클린을 상대했다는 기록까지 남겼습니다.

물론 속임수였습니다. 캐비닛 안에 체스 고수가 숨어 촛불 아래에서 말을 움직이고 있었죠. 기계처럼 보이는 것의 안쪽에서, 사람이 일하고 있었던 겁니다.

어두운 전시장에 놓인 18세기풍 체스 자동인형 캐비닛

'인공 인공지능'이라는 농담

2005년 아마존이 새 서비스에 이 가짜 자동인형의 이름을 붙인 건 일종의 자기 고백이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는 이를 **"인공 인공지능(artificial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고 불렀습니다. 컴퓨터가 못 하는 일을, 컴퓨터인 척 사람이 대신 해 준다는 뜻입니다.

방식은 단순했습니다. 기업이 '사진 속 물체에 이름 붙이기', '음성 받아 적기', '설문 답하기' 같은 잘게 쪼갠 일감(HIT, Human Intelligence Task)을 올리면, 전 세계 누구든 접속해 하나씩 처리하고 건당 몇 센트를 받습니다. 아마존 문서 기준으로 190개국 50만 명 이상이 이 시장을 거쳐 갔습니다.

기계 속에 사람을 숨긴 250년 전 농담이, 21세기엔 하나의 산업이 됐습니다.

AI를 가르친 사람들

이 몇 센트짜리 클릭들이 어디로 갔을까요. 상당수가 AI의 교과서가 됐습니다. '이 사진은 고양이, 저 사진은 개'라고 사람이 일일이 붙인 라벨이 머신러닝 모델의 학습 데이터가 됐고, 심리학·경제학 연구자들에게는 설문 참가자를 구하는 통로였습니다. 오늘의 AI 붐 아래층에는 이 보이지 않는 단순노동이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얄궂은 반전이 있습니다. 2023년 스위스 연구진의 조사에서, 메커니컬 터크 노동자의 33~46%가 작업에 AI를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보도). AI를 가르치던 사람들이 AI에게 일을 시키기 시작한 겁니다. 사람인 척하는 기계와 기계를 부리는 사람이 뒤섞인 순간, 이 시장의 시간은 사실상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 노트북 앞에서 일하는 익명의 손

기계 속의 사람은 어디로 가나

아마존은 8월 25일 종료를 공지하며 "서비스 평가에 따른 결정"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신규 가입은 이미 7월에 막혔고(보도), 연동 서비스인 세이지메이커 그라운드 트루스도 함께 정리됩니다(보도). 남은 의뢰인들에게 주어진 이사 기간은 다섯 주 남짓입니다.

일감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AI 학습 데이터를 만드는 일은 스케일 AI, 프롤리픽 같은 전문 업체로 옮겨 갔고, 단가도 전문성도 그쪽이 높습니다. 다만 노동자 커뮤니티의 크리스타 파울로스키가 외신 인터뷰에서 말했듯, 폰 하나로 어디서든 할 수 있던 '유연한 부업'의 자리는 그대로 비어 버립니다.

250년 전 터크의 캐비닛이 열렸을 때 사람들이 놀란 건 기계가 아니라 그 안의 사람이었습니다. 메커니컬 터크가 닫히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AI라는 매끈한 캐비닛 안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습니다. 자리를 옮겼을 뿐입니다.


참고: The Next Web · Quartz · C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