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듀오 — 애플이 19년 만에 아이폰을 접었다, 329만원의 계산
2007년 이후 아이폰은 한 번도 형태를 바꾼 적이 없었습니다. 커지고 얇아지고 모서리가 둥글어졌을 뿐, 늘 한 장의 유리판이었습니다. 9월 9일, 그 판이 반으로 접혔습니다. 애플이 첫 폴더블 **「아이폰 듀오(iPhone Duo)」**를 공개했습니다. 미국 1,999달러, 한국 329만원부터. 예약은 10월 16일, 출시는 10월 23일입니다. 이 글은 스펙표가 아니라 "왜 지금, 왜 이 모양, 왜 이 값"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 폴더블을 든 사람은 팀 쿡이 아니었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제품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9월 1일 팀 쿡의 뒤를 이어 CEO가 된 존 터너스가 처음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팀 쿡은 회장으로 물러났고, 행사장 근처에서 새 CEO의 첫 발표를 지켜봤다고 전해집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이끌던 사람이 취임 8일 만에 내놓은 첫 제품이 접는 아이폰이라는 사실은 상징적입니다. 터너스는 무대에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도록 돕는다"고 말했습니다(보도). 20년 가까이 지켜 온 판형을 바꾼 것은 새 시대를 알리는 가장 분명한 방법이었을 겁니다.

여권처럼 접히는 7.6인치
아이폰 듀오는 세로로 긴 화면을 가로로 접는 북 타입, 흔히 여권형이라 부르는 구조입니다. 접으면 5.4인치 바깥 화면이 보통의 폰처럼 쓰이고, 펼치면 7.6인치 OLED가 작은 태블릿이 됩니다. 두 화면에서 서로 다른 앱을 동시에 띄우는 멀티태스킹을 지원하고, 아이패드에만 허락됐던 애플펜슬도 처음으로 아이폰에서 씁니다(보도).
두께는 접었을 때 11.3mm, 펼쳤을 때 5.2mm, 무게 254g으로 알려졌습니다(보도). 칩은 2나노 공정의 A20 프로로, 아이폰 17 프로보다 지속 성능이 최대 35% 높다고 애플은 설명합니다. 후면에는 4,800만 화소에 가변 조리개를 단 카메라가 들어갑니다. 색상은 스타 화이트와 나이트 스카이 두 가지입니다.
접는 폰의 오랜 숙제는 화면 주름과 힌지의 수명입니다. 애플은 이 지점에서 남보다 몇 년 늦었고, 대신 몇 년치 시행착오를 남에게서 배웠습니다.
무엇을 버렸나 — 페이스 아이디
주목할 대목은 넣은 것보다 뺀 것입니다. 아이폰 듀오에는 페이스 아이디가 없습니다. 대신 아이패드 에어처럼 측면 버튼에 터치 아이디를 넣었습니다(보도). 접는 기기에서 얇은 두께를 확보하려면 트루뎁스 카메라 모듈이 차지하는 공간이 걸림돌이 됩니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 X 이후 처음으로, 얼굴 대신 지문을 택했습니다.
이 선택은 아이폰 듀오의 성격을 말해 줍니다. 모든 기능을 다 넣은 만능 기기가 아니라, 얇고 가볍게 접히는 것을 최우선에 둔 기기라는 뜻입니다. 접는 폰을 3년 넘게 써 온 사람이라면 이 우선순위에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두께와 무게가 결국 매일의 만족을 결정하니까요.

329만원의 계산
가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기준 256GB 1,999달러, 512GB 2,199달러, 1TB 2,599달러, 2TB 3,199달러. 한국은 256GB 329만원, 512GB 359만원, 1TB 419만원, 2TB 509만원입니다.
경쟁작과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보입니다. 삼성이 7월에 내놓은 갤럭시 Z 폴드8은 펼쳤을 때 4.1mm로 역대 가장 얇고, 상위 모델인 폴드8 울트라의 256GB 국내가는 250만원대 후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보도). 아이폰 듀오는 그보다 70만원 넘게 비쌉니다. 두께에서도 삼성이 앞섭니다.
그런데도 애플이 이 값을 부른 이유는 단순합니다. 첫 폴더블은 많이 파는 제품이 아니라 라인업의 꼭대기를 새로 세우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2,000달러라는 숫자는 "아이폰 프로 맥스 위에 한 칸이 더 있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삼성이 폴드 시리즈로 7년 동안 다진 시장을 애플은 가격이 아니라 생태계와 브랜드로 파고들겠다는 뜻입니다.
10월 23일, 한국은 1차 출시국
출시 일정은 두 번에 나뉩니다. 10월 16일 예약을 받고, 10월 23일 미국·한국·일본·중국·영국 등 70여 개 나라에서 먼저 팔립니다. 10월 30일에 28개 나라가 더해집니다. 한국이 첫 물결에 포함된 것은 몇 해 전이라면 드문 일이었습니다. 접는 폰의 본진이 한국이라는 점을 애플도 의식했을 겁니다.
접는 폰이 다시 뜨거워진 지금, 애플의 참전은 시장의 문법을 바꿉니다. 지난 몇 년 "접는 폰은 삼성"이었다면, 올가을부터는 "어느 접는 폰"을 묻는 시대가 됩니다. 329만원을 낼지 말지는 각자의 계산이지만, 아이폰이 접혔다는 사실 자체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습니다.
참고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