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6 베를린 9월 4일 개막 — 냉장고엔 제미나이, 런웨이엔 휴머노이드
이번 주 금요일, 베를린에서 백 년 넘게 이어져 온 전시회가 다시 문을 엽니다. 9월 4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6. 1,900개가 넘는 회사가 부스를 차리고 22만 명이 다녀갈 이 닷새는, 내년 우리 거실과 부엌에 들어올 물건들의 예고편입니다. 올해의 주인공은 셋 — 말하는 냉장고, 런웨이를 걷는 로봇, 그리고 전시장의 절반을 채운 중국 브랜드입니다.
102년째 열리는 문
IFA는 1924년 베를린 라디오 전시회로 출발했습니다. 1930년엔 아인슈타인이 개막 연설을 했고, 라디오에서 TV로,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시대의 주인공이 바뀔 때마다 이 전시장이 그 무대였습니다. 올해 슬로건은 "The Future Is Now".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입니다. 전시장에 깔리는 물건 대부분이 내년이 아니라 몇 주 뒤 매장에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냉장고가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다
올해 베를린의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나"가 아니라 "AI가 어디에 사는가"입니다. 삼성은 구글 제미나이를 품은 AI 냉장고를 내놓습니다. 식재료를 알아보는 눈이 작년 수백 종에서 3,000종 이상으로 늘었고, 유통기한을 챙기고 레시피까지 권합니다. LG는 그릇 개수와 기름때 정도를 보고 알아서 세척 모드를 고르는 식기세척기를 준비했습니다(보도).
관전 포인트는 화려한 시연보다 '어디까지 기기 안에서 도는가'입니다.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가전 스스로 판단하는 온디바이스 AI, 그리고 말 한마디로 여러 기기를 줄줄이 부리는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 무대 위 약속과 매장 진열대의 간격이 올해 얼마나 좁혀졌는지를 보는 자리입니다.
스마트폰 안에 갇혀 있던 AI가, 올해부터 집 안 가전으로 이사를 시작합니다.
런웨이를 걷는 로봇
올해 처음 눈에 띄는 장면은 패션쇼입니다. IFA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조명 아래 무대를 걷는 'Robot on the Runway' 행사를 엽니다. 혁신 전시구역에만 300여 개 로봇·신기술 기업이 모이는데, 유니트리를 비롯한 중국 로봇 제조사들이 그 중심입니다(보도). 스마트폰 쪽에서도 로봇의 기운이 번집니다. 아너는 짐벌에 얹힌 2억 화소 카메라가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 폰'을 글로벌 출시하고, DJI는 로봇청소기 신제품 로모 2를 들고 나옵니다.

전시장의 절반이 중국에서 왔다
숫자 하나가 올해 IFA의 무게중심을 말해 줍니다. 참가사 1,900여 곳 중 900곳 이상이 중국 브랜드라는 집계가 나왔습니다(보도). 샤오미는 IFA에 처음 정식 데뷔해 '유럽 최초 공개' 제품들을 풀고, TCL은 전시홀 하나를 통째로 빌렸습니다. 하이센스는 배터리로 10시간 버티는 31.5인치 이동식 4K 스크린 같은, 카테고리 이름부터 새로 지어야 할 물건을 내놓습니다.
라디오의 세기에 독일이, TV의 세기에 일본이, 스마트폰의 세기에 한국과 미국이 서 있던 자리입니다. AI 가전의 세기가 누구의 것이 될지, 이번 주 베를린이 첫 장면을 보여 줍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IFA는 업계 관계자만 들어가는 CES와 달리 일반 관람객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사전 구매 기준 21.50유로부터 티켓이 나와 있으니, 마침 9월 초 베를린을 지나는 여행자라면 하루쯤 미래를 구경하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정입니다. 더 자세한 참가사 소식은 36kr의 프리뷰와 안드로이드 어소리티의 전망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