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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로가 AI 데이터센터 회사가 된다 — 서핑 카메라 22년의 흥망과 2억 8,500만 달러 합병

· 매거진 · 글:

파도 위에서 태어난 카메라가 서버실로 들어갑니다. 9월 1일, 액션캠의 대명사 고프로(GoPro)는 광통신 부품 회사 스타맨 옵티컬과 합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타맨이 2억 8,500만 달러를 내고 지분 90%를 가져가고, 고프로는 카메라를 계속 만들면서 AI 데이터센터용 광트랜시버와 방산·항공우주 시장으로 나섭니다. 서핑 영상을 찍던 회사가 AI 인프라 회사가 되기까지, 22년의 곡선을 따라가 봤습니다.

파도를 찍고 싶었던 청년

2002년, 닉 우드먼은 호주로 서핑 여행을 떠났습니다. 파도 타는 자기 모습을 제대로 찍고 싶었는데 뭍에서 찍는 아마추어 카메라로는 너무 멀었습니다. 그래서 손목에 묶는 카메라를 직접 만들었고, 2004년 35mm 필름 카메라로 첫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첫해 매출은 15만 달러였습니다.

그 뒤는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헬멧에, 자전거에, 개 등에 붙은 작은 상자가 유튜브 초창기 화면을 채웠습니다. 2014년 6월 나스닥 상장, 공모가 24달러. 그해 주가는 86달러까지 올랐고, 2015년 매출은 16억 2,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서프보드 앞코에 달린 작은 액션 카메라와 황금빛 물보라

10년 동안 내려온 계단

정점 다음 해부터 매출은 계단처럼 내려왔습니다. 2016년 드론 '카르마'를 내놨지만 2년 만에 접었고, 감원이 해마다 이어졌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아지고, DJI와 인스타360이 더 싸고 더 잘 찍히는 액션캠으로 밀고 들어왔습니다. 2024년 매출은 8억 100만 달러, 2025년은 6억 5,200만 달러. 올해 2분기는 1억 49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1% 줄었습니다.

올해 상반기는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5월에 회사 매각을 포함한 전략 검토를 시작했고, 6월에는 규제 당국에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을지 상당한 의문"이 있다고 알렸습니다. 7월엔 창업자 우드먼이 사재 2,000만 달러를 회사에 빌려줬고, 같은 달 나스닥에서 상장폐지 경고를 받았습니다(보도). 주가는 한때 60센트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헬멧 위의 작은 상자는 한 시대의 눈이었지만, 그 시대는 스마트폰이 가져갔습니다.

유튜버가 최대 개인주주가 된 여름

반전의 첫 장면은 뜻밖의 인물이 열었습니다. 8월 말, 구독자 3,900만 명의 유튜버 마키플라이어(마크 피시백)가 고프로 클래스A 주식 8.5%를 사들여 최대 개인주주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가 낸 돈은 약 900만 달러(보도).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고프로 카메라를 좋아하고, 이 회사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8월 31일 주가는 하루 만에 46% 뛰어 88센트가 됐고, 다음 날 아침 합병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틀 누적 상승률은 100%를 훌쩍 넘겼습니다(보도). 물론 이 숫자는 '1달러 근처의 주식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가총액은 여전히 정점의 2% 안팎입니다.

카메라 회사가 광트랜시버를 파는 이유

AI 데이터센터 서버 랙에 꽂힌 광케이블이 푸른빛으로 빛나는 모습

스타맨 옵티컬은 2024년에 세워진 비상장 회사로,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에 쓰는 광트랜시버를 미국 안에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광트랜시버는 서버와 서버 사이에서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 보내는 부품입니다. GPU 수만 개를 묶는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이 작은 부품이 병목이 되고, 지금 대부분은 해외에서 만들어집니다.

스타맨 홀딩의 찰스 테벨 대표는 "첨단 광학과 이미징은 AI와 국가 안보에 필수인데, 핵심 하드웨어 대부분이 여전히 해외에서 제조된다"고 말했습니다. 고프로가 가진 것은 2,500건이 넘는 미국 특허와 렌즈·센서·이미지 처리 노하우, 그리고 카메라를 대량으로 만들어 본 경험입니다. 우드먼은 "소비자·상업·방산 시장을 아우르는 미국의 이미징·광학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했습니다.

합병 조건은 이렇습니다. 주당 1.14달러, 총 2억 8,500만 달러를 현금으로 받고 기존 주주는 지분 약 10%를 남깁니다. 약 9,200만 달러의 부채는 스타맨이 갚습니다. 나스닥 상장은 유지되고, 주주총회와 규제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HERO와 MAX 카메라, 구독 서비스는 그대로 이어집니다.

우리에게 남는 질문

올해 미국 증시에서 '데이터센터'라는 단어는 마법의 주문에 가깝습니다. 서버를 파는 델은 실적 전망을 올리자 하루 9% 뛰었고(보도), 고프로는 데이터센터라는 단어를 붙이자 카메라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두 배가 됐습니다. 2017년 아이스티 회사가 이름에 '블록체인'을 붙이고 급등했던 장면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다만 이번 건은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실제 제조 회사와 자본이 들어오는 합병입니다. 파도를 찍던 회사가 AI 시대의 눈이 될 수 있을지는 내년 이후의 실적이 말해 줄 것입니다. 카메라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헬멧 위의 고프로는 당분간 계속 나옵니다. 합병 조건 원문은 고프로 보도자료에서, 마키플라이어 지분 이야기는 CineD 기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