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꾹꾹이 하는 진짜 이유 — 골골송·우다다까지 한 번에
고양이와 살다 보면 매일 보는데 이유는 모르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이불에 앞발을 번갈아 누르는 꾹꾹이라든가, 새벽 3시에 갑자기 시작되는 전력질주라든가요.
『집사는 마감중』을 만들면서 습성 20종을 게임에 넣어야 해서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 그때 "아 그래서였구나" 싶었던 것들을 정리합니다.
1. 꾹꾹이 — 아기 시절이 남은 행동
앞발로 이불이나 사람 무릎을 번갈아 꾹꾹 누르는 행동입니다.
아기 고양이가 젖을 먹을 때 하던 동작이 성묘가 되어서도 남은 것으로 봅니다. 젖을 잘 나오게 하려고 어미 배를 누르던 행동이죠. 그래서 꾹꾹이를 할 때는 대체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상태입니다.
푹신한 재질에서 특히 자주 나오고, 사람 무릎에서 한다면 그 사람을 어미처럼 편하게 느낀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발톱이 아프더라도 참을 만한 이유가 되죠.
간혹 꾹꾹이하면서 침을 흘리는 고양이가 있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의 퇴행 행동으로 봅니다.
2. 골골송 — 만족만은 아닙니다
가장 오해가 많은 신호입니다.
골골송(purring)은 보통 만족의 표현이 맞습니다. 하지만 아프거나 불안할 때 스스로를 진정시키려고 내기도 합니다. 출산 중이거나 다쳤을 때도 골골거리는 사례가 보고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골골송의 주파수(대략 25~150Hz)가 조직 회복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됐습니다. 확정된 정설은 아니지만, "골골=행복"이라는 단순한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판단하려면 다른 신호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귀가 뒤로 젖혀져 있거나 몸이 웅크러져 있는데 골골거린다면 좋아서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병원 진료대 위에서 골골거리는 고양이가 대표적입니다.
3. 새벽 우다다 — 사냥 시간의 흔적
갑자기 집안을 전력으로 질주하는 행동, 이른바 우다다(zoomies)입니다.
고양이는 원래 박명박모성(crepuscular) 동물입니다. 새벽과 해질녘에 활동이 가장 활발한 습성이 야생 시절 사냥 시간에서 왔어요. 실내 고양이는 사냥할 일이 없으니 그 에너지가 갈 곳을 잃고 질주로 나옵니다.
해결법은 낮에 에너지를 빼주는 것입니다. 자기 전 낚싯대로 10~15분 정도 제대로 놀아주면 새벽 우다다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놀이 끝에 간식을 주면 "사냥→식사→수면"이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완성돼 더 효과적입니다.
4. 박스만 보면 들어간다
빈 상자를 놓아두면 몇 분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좁고 막힌 공간이 매복형 사냥꾼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방이 막혀 있으면 등 뒤를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체온 유지에도 유리합니다.
실제로 새 환경에 온 고양이에게 숨을 수 있는 박스를 제공하면 스트레스 지표가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사나 입양 직후라면 박스 하나가 꽤 큰 도움이 됩니다.
5. 그루밍 — 청결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하루 활동 시간의 상당 부분을 털 손질에 씁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 청결 유지와 체온 조절
- 냄새 지우기 (사냥꾼에게 체취는 불리합니다)
- 불안할 때의 자기 진정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과도한 그루밍으로 이어져 특정 부위 털이 빠지기도 합니다. 배나 다리 안쪽이 유독 휑해졌다면 환경 스트레스를 의심해 볼 만합니다.
사람을 핥는 것은 사회적 그루밍입니다. 가족으로 인정한 대상에게 하는 행동이에요.
6. 머리로 들이받기 (번팅)
머리나 뺨을 사람 몸에 문지르는 행동입니다.
고양이 얼굴에는 냄새샘이 있어서, 이건 "내 것"이라고 표시하는 행동입니다. 소유욕이라기보다 자기 무리의 공통 냄새를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애정 표현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7. 창밖 보며 캬캬캬 (채터링)
새나 벌레를 볼 때 턱을 빠르게 떠는 소리입니다.
사냥 욕구가 좌절된 흥분 상태로 해석하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일부에서는 먹잇감의 숨통을 끊는 물기 동작의 예행연습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자주 보인다면 사냥 놀이가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8. 키보드 위에 눕기
작업 중인 노트북 키보드에 정확히 올라오는 그 행동입니다.
세 가지가 겹칩니다. 따뜻하고(발열), 집사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이며(관심 독점), 손길이 잦아 냄새를 묻히기 좋은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집사는 마감중』의 게임오버 연출을 이 장면으로 만든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집사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니까요.
결국은 조합해서 읽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보시면 알겠지만 행동 하나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골골송도 상황에 따라 다르고, 같은 그루밍도 빈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꼬리·귀·눈·소리를 함께 읽는 법은 고양이 언어 사전에 부위별로 정리해 뒀으니 이어서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습성 읽기를 게임으로 연습해 보고 싶으시다면, 고양이가 보내는 신호를 제한시간 안에 해석하는 게임을 하나 만들어 뒀습니다. 진짜 고양이보다는 쉽습니다.